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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위의 나날 04-내가 가진 불안 그리고 동력

비전문 전문가 2024. 11. 17. 21:48

수원, 2022


나는 불안하다. 생활패턴이 불안하다거나 인간관계가 불안하다거나 경제적으로 불안하다는 것이 아니고. 나는 내가 불안하다. 나는 늘상 불안한 사람이었다. 눈앞에 극심한 시련이 닥친 것도 아닌 일상에서도 마음은 편치 못해서 진동하고 있었다. 왜? 이유는 한번도 찾아 낸 적이 없었다. 누가 그랬는데, 모든 것의 해답은 시작점에 있다고. 이 불안도 시작점을 알면 나를 더 이해하고 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된다.

 

육지동물은 발을 땅에 붙이고 살고 식물은 뿌리를 내려 산다. 대부분의 해양동물은 각자의 방법대로 헤엄치며 사는데. 그런 생물체가 떠오른다. 헤엄치는 신체일부도 없이, 뿌리도 없이 그저 해류에 몸을 맡겨서 둥둥 떠다니며 사는 생물체. 나는 이따금씩 내가 그런 존재로 이 세상을 부유하는 것만 같다. 

 

그렇지만 그런 내 몸 안에 내재되어 있던 불안감, 그것이 언제나 나의 동력이 되었다. 이 동력으로 움직인 길이 옳은 길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현재 내가 영위하는 것들이 흡족하지 않아서 생긴 불안, 내가 욕망하는 것들에 대한 의심, 나에 대한 불신, 이런 것들을 담고 있다보면 나는 비로소 일어나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이 때의 움직임은 보통의 움직임보다는 달음박질에 더 가까울 수도 있겠다 싶다. 나와 내 것들을 찬찬히 들여보다 참지못하고 달아나는 것. 그리고 좀 더 '내 것'같은 것들을 쥐어보고자 달리는것. 나는 줄곧 이런식으로 살아온 것 같다. 

 

스스로 양면성이 있다고 느낀다. 시초에는 뭐든 상관없어 괜찮다고 허락해놓고 아무래도 아니었던 것이다. 어디서든 무엇에서든 Easy한 사람이고 싶은데 결국 나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의외로 예민하고 기준이 있고 고집 센 인간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불안감이라는 단어는 보통 부정적인 감상이 든다. 그렇다면 불안감만이 동력이 되는 인간은 다소 부정적인 자의식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그건 확신할 수가 없다. 왜 그런가하면 아 지금의 내가 별로야, 지금의 내 것이 별로야 하면서 달려갈 때 역설적이게도 나는 더 나은 나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더 흡족할만한 나를 안겨줄 것을 어느 정도 믿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