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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냥 혼잣말이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나는 불안하다. 생활패턴이 불안하다거나 인간관계가 불안하다거나 경제적으로 불안하다는 것이 아니고. 나는 내가 불안하다. 나는 늘상 불안한 사람이었다. 눈앞에 극심한 시련이 닥친 것도 아닌 일상에서도 마음은 편치 못해서 진동하고 있었다. 왜? 이유는 한번도 찾아 낸 적이 없었다. 누가 그랬는데, 모든 것의 해답은 시작점에 있다고. 이 불안도 시작점을 알면 나를 더 이해하고 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된다. 육지동물은 발을 땅에 붙이고 살고 식물은 뿌리를 내려 산다. 대부분의 해양동물은 각자의 방법대로 헤엄치며 사는데. 그런 생물체가 떠오른다. 헤엄치는 신체일부도 없이, 뿌리도 없이 그저 해류에 몸을 맡겨서 둥둥 떠다니며 사는 생물체. 나는 이따금씩 내가 그런 존재로 이 세상을 부유하는 것만 같다. 그렇..
가을의 입문이 채 와닿기도 전에남모르게 떨어진 낙엽으로 느닷없이 져버린 당신을선도 색도 희미해져버린 저 오래된 기억속에서만 자꾸만 꺼내어봤어요 죽이지말고 살리라고, 주름진 울음으로 말을 하는 소리 당신이 베란다 한켠에서 일구어놨던 화단을죽이지 말고 살리려고매일 물을 주게 된 작은 키의 아이 그 아이의 시선을 벌어진 입모양을
나는 지나간 시간을 사랑하는 일을 한다.그때의 사람들이 주고받던 짙은 문장들과 맨몸으로 불사 지른 음악들, 영혼으로 깎아 만드는 예술들. 오늘부터는, 지금부터는 새로 맞이할 수 없는 것들이다.그들이 찬란한 이유는 거기에 있을까, 아니면 정말로 오직 그들만이 찬란했던 탓일까.나는 종종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매번 확신에 이른다.그들이 찬란했다. 기계가 관여하지 않던 생음악을 만들고 남의 것을 무분별히 모방하기 전에 각자의 고민을 무던히 쌓아 만들 수 있었던 사람들. 껍데기 치장이 없던 진짜의 것들. 정제된 부분이라고는 없이 터져 나와버린 진짜의 것들. 불균형한 무력감 대신 하나의 고단함 아래에서 일사분란히 돌파구를 찾아가던 팽창의 에너지, 그 응축되어있다 활활 타오르던 20세기의 정열을 찬미한다.시대의 풍..
Er muss sein! 내가 정한 틀이나 공식 안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있던 나를 발견한다.나에게 가장 급선무인 일이다. 그것을 부수고 나오는 일. 오래도록 유일하게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미술이란 것에 대한 융통성 없는 고집이나 예술에 대한 아집을 해체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미술에 큰 포부가 없다, 예술에 일가견 또한 없다. 이 두 문장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렇게도 그간 힘들었다. 나는 어쩌면 너무나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가졌고 어느 정도의 재능이 있었기 때문에 어제와 오늘의 결심이 달랐던 적이 많음을 안다. 스스로 하는 거짓말조차 내버리고 나와 대면해보자면 나는 예술에 도취되도록 사랑한 적이 없다. 그보다는 나 자신에게 그런 예술을 덧대고 입혀보고 싶었던 알량한 욕심이었다. 항상 인지해왔던 것 같기도 하..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특히나 내 삶의 방향에 있어서 가장 대비되는 욕망을 가진다.불황속에 밥이나 빌어 먹고 살려나 싶을 때는 그저 남들처럼 안정적인 일을 하길 원했고그러다가 그런 '안정'이라는 게 별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릴 때는 '나'다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했다.그러나 이 결심에서 조차 이것이 정말 나 일 것인지 아니면 나이고 싶어 하는 모습일지 몰랐다. 내가 결과에 상관없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은 생각해보면 대단히 큰 일도 아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표출하며 그것에 대하여 인정을 받거나 사랑을 받으면 곧 즐거웠다. 단순하게만 유추하자면 나는 가까운 사이라 아니더라도, 여럿과 함께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현대미술이라거나 예술이라거나 그런 멋들어지..
바람이 불길래 흔들렸다. 가지가 위태롭고 잎이 날렸다.그렇기 때문에 어리숙함의 오후도 미숙함의 저녁도 모두 내 것이었다. 불현듯 나의 수많았던 숨들에 대하여 편치 않은 까닭은그간 나에게 먼저 안겨왔던 것이 무엇이었는지찰나의 어긋남으로 놓아버린 것은 무엇이었는지또 어쩌다 보니 영영 잃게 된 것은 누구였고, 무엇이었는지나는 가늠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두운 심해 속에 눈 한번 뜨지 못한 채 다만육체만이 허위허위 바빴을 뿐이다 어쩌다 한 번쯤은 그 움직임이 고장 난 시계가 하루에 두 번은 맞듯이 봐줄만했을 것이고그 밖의 대부분은 고약하고 미숙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오랜 시간을 어렸을 것이다.
매일 꿈 속에서 헤매기만 하는 나는, 어쩌면 나를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나는 완전하다, 세 번 혼잣말로 되뇌며 살아가다 보면어느 날의 나는 그 자가 세뇌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조금도 남김없이 문득 걸음을 멈춰 생각해보니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많은 시선들은 나에게 그때와는 다른 어떤 모습을 기대한다. 나는 대단히 변한 적도 없는데, 충분히 단단해지지도 않았는데 말이다.참 이상한 노릇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당당했던 시절의 그 아이는 누구의 과거인가. 부딪히고 부딪힐수록 나는 나의 치부를 더 마주할 뿐이었고 요란한 천막들을 내걷어보니 그 짝이 볼품없어 매 순간 부끄러워하는 지경에 다다른, 나는 그러나 그 천막들을 다시 뒤집어쓰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그것들은 여태 비바람, 모..
나는 밤중에 더위를 못 참고 창문을 연다이층 침대를 올라오다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고 웃음이 났다그러나 아직 엘피판을 작동시키지 못해 불만이었고계획했던 것만큼 그림을 꾸준히 하지 못해서 불만이었고털실 양말에서 자꾸만실이 빠져나와 침대 커버를 더럽히는 것도미약한 물줄기 때문에 가까운 욕실에서 샤워를 못한다는 것도창문 언저리에 앉을 공간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도아껴 피운 담배 한 갑이 동이 났지만 그에 쓸 여유는 없어 미루고 있는 것도신경 쓸 것이 너무 많아 근래엔 통 새로운 만남을 못 가지는 것도일일이 나열하자면 나는 우울할 이유가 너무나도 많은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어느 저녁엔 저들과 나 사이에 그 어떠한 것이 불안하여 더 내 방의 문을 받는다나는, 속하고 싶지만 속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left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