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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냥 혼잣말이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특히나 내 삶의 방향에 있어서 가장 대비되는 욕망을 가진다.불황속에 밥이나 빌어 먹고 살려나 싶을 때는 그저 남들처럼 안정적인 일을 하길 원했고그러다가 그런 '안정'이라는 게 별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릴 때는 '나'다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했다.그러나 이 결심에서 조차 이것이 정말 나 일 것인지 아니면 나이고 싶어 하는 모습일지 몰랐다. 내가 결과에 상관없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은 생각해보면 대단히 큰 일도 아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표출하며 그것에 대하여 인정을 받거나 사랑을 받으면 곧 즐거웠다. 단순하게만 유추하자면 나는 가까운 사이라 아니더라도, 여럿과 함께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현대미술이라거나 예술이라거나 그런 멋들어지..
바람이 불길래 흔들렸다. 가지가 위태롭고 잎이 날렸다.그렇기 때문에 어리숙함의 오후도 미숙함의 저녁도 모두 내 것이었다. 불현듯 나의 수많았던 숨들에 대하여 편치 않은 까닭은그간 나에게 먼저 안겨왔던 것이 무엇이었는지찰나의 어긋남으로 놓아버린 것은 무엇이었는지또 어쩌다 보니 영영 잃게 된 것은 누구였고, 무엇이었는지나는 가늠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두운 심해 속에 눈 한번 뜨지 못한 채 다만육체만이 허위허위 바빴을 뿐이다 어쩌다 한 번쯤은 그 움직임이 고장 난 시계가 하루에 두 번은 맞듯이 봐줄만했을 것이고그 밖의 대부분은 고약하고 미숙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오랜 시간을 어렸을 것이다.
매일 꿈 속에서 헤매기만 하는 나는, 어쩌면 나를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나는 완전하다, 세 번 혼잣말로 되뇌며 살아가다 보면어느 날의 나는 그 자가 세뇌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조금도 남김없이 문득 걸음을 멈춰 생각해보니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많은 시선들은 나에게 그때와는 다른 어떤 모습을 기대한다. 나는 대단히 변한 적도 없는데, 충분히 단단해지지도 않았는데 말이다.참 이상한 노릇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당당했던 시절의 그 아이는 누구의 과거인가. 부딪히고 부딪힐수록 나는 나의 치부를 더 마주할 뿐이었고 요란한 천막들을 내걷어보니 그 짝이 볼품없어 매 순간 부끄러워하는 지경에 다다른, 나는 그러나 그 천막들을 다시 뒤집어쓰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그것들은 여태 비바람, 모..
나는 밤중에 더위를 못 참고 창문을 연다이층 침대를 올라오다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고 웃음이 났다그러나 아직 엘피판을 작동시키지 못해 불만이었고계획했던 것만큼 그림을 꾸준히 하지 못해서 불만이었고털실 양말에서 자꾸만실이 빠져나와 침대 커버를 더럽히는 것도미약한 물줄기 때문에 가까운 욕실에서 샤워를 못한다는 것도창문 언저리에 앉을 공간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도아껴 피운 담배 한 갑이 동이 났지만 그에 쓸 여유는 없어 미루고 있는 것도신경 쓸 것이 너무 많아 근래엔 통 새로운 만남을 못 가지는 것도일일이 나열하자면 나는 우울할 이유가 너무나도 많은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어느 저녁엔 저들과 나 사이에 그 어떠한 것이 불안하여 더 내 방의 문을 받는다나는, 속하고 싶지만 속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left o..